기몽 4. 검의 꿈.

 오래 묵은 술 같은 공기가 수십년만에 흔들렸다. 
 돌탁자 켜켜히 쌓인 먼지는 방문자를 환영하듯 시큰둥하게 한번 들썩인다. 그리고 다시 방안은 수천년간 줄곧 그래왔던 고요로 돌아갔다. 감동에 몸이 딱딱히 굳어 있는 나라는 이물질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석탁의 위에는 전설대로 둥글게 검이 놓여 있었다. 그 중 세개의 빈자리를 확인하고 눈물이 나올것 같은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첫 번째 검을 꺼내간자는 결코 부러지지 않는 그 검으로 아득한 옛날 대륙을 통일했다. 두번째 검을 꺼내간 자는 무엇이든 베는 그 검으로 마지막 용을 죽였다. 세번째 검을 꺼내간 여성은 빛처럼 가벼운 검으로 떨어져 내리는 멸망의 별을 베어냈다. 세상 모든 인간을 오만하게 굽어 볼 수 있을 세 명. 하지만 더없이 겸손했기에 더욱 빛났던 그 영광.
 그리고 이제 내가 네번째가 될 것이다. 
 발걸음을 옮기려던 나는 발에 채이는 것에 눈길을 주고 눈을 찌푸렸다. 해묵은 유골이 땅을 구르고 있었다. 한두개가 아니다. 수십구의 유골. 
 그 모든 난관을 넘어 이곳. 검총(劍塚)까지 도착한 것으로 보아 이 유골들의 생전 용맹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왜 죽은 걸까. 함정은 검총의 안에까지 있단 말인가. 감동의 절정에 마지막 독을 치는건 더할나위 없이 효과적이지만 악취미다. 아니-. 이해할 수 없다. 유골을 보면 함정은 알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유골의 수는 늘었다. 왜지.

 "검을 고르라."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것은 석탁의 반대편에 앉아 있었다. 석탁만큼 늙은 천의 아래에서 이끼빛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먼지가 내려 앉았지만 결코 바래지 않는 분홍빛 입술이 다시 열렀다.

 "검의 무덤을 벗어날 검을 고르라."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왜 검총을 정복한 세명이 더 없이 겸손했던지. 그들은 정말로 겸손했다. 이 마지막 선택에서 최고로 부터 고개를 돌릴 수 있었을 정도로. 

 "------그대를 원한다. 인형검. 검의 공주여."

 "......시간의 먼지는 아직 무덤을 메우지 않았다."

 천천히, 하얀 손이 천을 걷어낸다. 소녀의 모습을 한 검이 일어난다. 그 모습에 감동하며. 나는. 아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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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울링 드림을 해본 분이면 아실 그 금발 꼬맹이가 저 인형검이었슴다. 세상에 나 내 캐릭터 가지고 꿈도 꿨어

 

by loony | 2009/08/13 08:23 | 나무의 노래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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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디안 at 2009/08/13 08:46
나보고 변태라더니..-_-
Commented by loony at 2009/08/13 09:25
넌 금발패치잖아
Commented by 文乞 at 2009/08/13 09:55
이제 궁극의 변태의 길로 들어섰군요. 감축드립니다.
Commented by loony at 2009/08/13 11:00
선구자가 축하하니 웃을수가 없군요
Commented by 카시니츠 at 2009/08/14 00:23
우와우와학학이다.
Commented by loony at 2009/08/14 01:45
틀렸습니다. 글렀습니다. 무슨 소리인진 저도 모르겠지만 여하간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lchocobo at 2009/08/26 13:39
역시 이럴때는 소녀의 모습을 해야 하는군요.
Commented by loony at 2009/08/27 09:21
Ichocobo님의 부장/계장 여하튼 싫은 상사님 같은 사람이 '날 골라라'하고 서 있으면 싫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Spector at 2009/09/13 10:33
....과연 꿈에서도 저런 선택을 하다니, 역시 당신을 변태.
Commented by loony at 2009/09/14 23:05
이 프로이트의 광신도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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