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9일
가끔 바라라는 것.
왠일인지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명을 기울여 한마디 한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 마모되지 않는
모국어 몇 모금을 그자리에 고이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그것이 어느 날엔가 새암을 이룰 수만 있다면,
새암은 흘러서 냇물이 되고,
냇물은 강물을 이루며,
강물은 또 넘쳐서 바다에 이르기도 하련만.
그 물길이 드는 굽이마다 고을마다 깊이 쓸어안고 함께 울어 흐르는 목숨의 혼불들이,
그 바다에서는 드디어 위로와 해원의 눈물나는 꽃빛으로 피어나기도 하련마는.
최명희님. 혼불, 두번째 출간본 작가 후기에서.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명을 기울여 한마디 한마디, 파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어도 풍화 마모되지 않는
모국어 몇 모금을 그자리에 고이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그것이 어느 날엔가 새암을 이룰 수만 있다면,
새암은 흘러서 냇물이 되고,
냇물은 강물을 이루며,
강물은 또 넘쳐서 바다에 이르기도 하련만.
그 물길이 드는 굽이마다 고을마다 깊이 쓸어안고 함께 울어 흐르는 목숨의 혼불들이,
그 바다에서는 드디어 위로와 해원의 눈물나는 꽃빛으로 피어나기도 하련마는.
최명희님. 혼불, 두번째 출간본 작가 후기에서.
나는 그분처럼 모국어에 혼을 새기는 재주도, 거기에 꿈을 걸지도 못하고 그 곁자리를 무책임한 마음으로 어슬렁거리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저 새암에 고이는 물같은 것을 한주먹 떠 근처 목마른 사람들에게 조금씩 뿌려줄 수 있다면. 그것도 산보 치고는 꽤나 훌륭한 녀석이 아닐까, 하고 최명희 문학관의 지하. 저 말을 적어놓은 팻날 앞에서 잠시 생각했었다.
# by | 2008/11/19 17:32 | 나무의 노래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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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그림을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바꾸니까 왤케 십덕같죠...ㅡㅡ;